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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생일

by 낭구르진 2002. 12. 26.
지난 12월 23일은 내 양력 생일 그리고 24일은 음력 생일이다. 신기하게도 하루 차이다.
기대하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내 생일인건 과연 알고나 있을까? 차라리 기대를 말아야지...!! 그렇게 다짐 했건만...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무런 반응 없는 신랑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서운한 마음만 가득해졌다.

지난 월요일날은 밀린 업무로 이리저리 바쁘고 마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8시....설겆이는 밀려있고 어제 먹다남은 김치찌개만 있을뿐...
화가 난다.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나름대로 알뜰하게 살려고 하는데...뭘 위해서??
초라해 지는 스스로가 한없이 가엾고 서럽기만 하다...
" 뭐 시켜 먹을까?"
" 됐어...싫어.."

고집으로 밥상을 차린다.
먹기 싫다. 눈물만 나온다.
울었다.
서러워서..
더 미운건..." 오늘 당신 생일 아냐" 뭐 시켜 먹자.."
생일에 대한 만찬이 짜장면일수 밖에 없는 내 신세가 너무 싫었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신랑이란 사람도 미웠다.
일주일내내 피곤해 절여 있는 내 신세도 싫고 ...

울 신랑..실망한다.
화려한 식사와 화려한 선물이 없어 그러는 거냐고..
내가 한순간에 속물이 된다.

그리곤 세탁기에 가보란다.
세탁기엔...
" 케잌 하나와 ...그위에 하얀 종이 한장이 있다.
그 종이 위엔..." 행복 상품권" 이라고 적혀 있다.
앞으로 일년 동안 당신이 원하는 10가지를 다 들어준단다..
하루종일 고민했단다. 지난 주말에 온 시동생에게 가는 차비 내 주고 딸랑 천원만을 가진 남편이 내게 해줄수 있는게 뭘까...

그 성의가 고마워서...그리고 이제까지 그렇게 태연한척 있었던 남편이 미워서 울었다.

촛불을 켰다.
"노래 불러줘.." 어설픈 생일축하곡을 부른다.
"생크림 사오지...뭔 이런 단 케잌을 사왔대? " 투정한다.
그리고 "담 부터는 아침에 미역국 끓여줘..."  당부한다.

내 눈물이 부끄러워서...
피곤해서...
서글퍼서...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침대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내 스물여덟의 생일을 마감했다.

그리고 담날
난 그 케잌값으로 빌린 이만원을 다시 남편의 지갑속에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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