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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

서바이블 잉글리쉬

by 낭구르진 2010. 7. 16.

우리때(?) 중학교 입학하면서 a,b,c를 배우기 시작했었고 영어를 귀로 배우기 보다는 책으로 눈으로 먼저 배웠다. 때문에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항목은 "영어듣기 평가" 가 아니였나 싶다. 시대가 변해서 사실 요즈음은 유치원생들도 알파벳은 물론 이거니와 영어 동요 몇개 즈음은 어린이집/유치원을 통해서라도 다 외고 있다. 반면 종호의 영어는 참으로 더디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를 놀이로 접하게 하고자 했지만 눈치 빠른 아이는 이미 학습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고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소극적인 성격이 또 한 몫 했던것 같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와 한국 나이로 5세 (만4세) 공립 유치원을 가기전에 프리스쿨을 다니게 되었다. 영어가 서툴렀고 학기 중간이라 사실 나이 또래 보다 한 살 적은 반을 들어갔었고 그나마도 3 시간만 하고 집으로 왔다. 그랬던 종호가 처음 하는 영어는 " Stop pushing me " 였다. 자기 방어를 위해 처음 습득한 영어이지 싶다.
 
그리고 유치원을 들어갔다. 원래 대중앞에 나서는 적극적인 성격이지는 못하는 반면 아이들 웃기는 게 취미인 종호가 즐겨쓰는 단어는 "butt" (엉덩이) 또는 " booger" (코딱지) 다. 나는 사실 코딱지가 Booger 인 줄도 몰랐다. 한국말에서도 저 두 단어를 이용해서 농담따먹기 하는게 취미인 종호에겐 듣는 즉시 머리에 각인인 되는 단어였지 않았나 싶다.

이제 프리스쿨에 다닌지 한달이 지난 정현이의 첫 영어는 "Stop It" 이였다. 역시나 서바이블 잉글리쉬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아이들은 빠르게 적응하고 언어도 금방들 배운다고는 한다. 반면 내 영어 역시도 조금 나아지고 있는 듯 하다. 아이들 처럼 어휘나 발음 뭐 이런게 아니라 이제는 자신감이 좀 생겼다고 해야 하나? 아니 다른 사람 눈을 의식하는 걸 좀 체념을 하고나니 편해졌다.   

반면 종호의 한국말은 정지 된 느낌이다. 말을 못하는 건 아닌데 선택 어휘나 표현력이 미국에 왔을 당시 딱 5살 수준에서 더 이상 늘지가 않는다. 겨우 읽혀온 한글도 그 상태 그대로이다. 처음에 영어는 "저절로" 알게 되니까 한글은 내가 신경써야지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영어를 따라가기도 쉽지 않은 아이에게 한글을 들이대기가 부담이다. 그저 집에서 한국말을 사용하고 한국드라마를 시청하는게 한국말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겠지 하는 자기 변명 또는 위안을 하는게 지금으로써는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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