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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생일

by 낭구르진 2003. 12. 24.
지난 해 꼭 이날에 난 서울로 출근했고 저녁 8 시가 넘어 퇴근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쌓인 설겆이거리는 싱크대에 넘쳐나고 나랑 같이 사는 남자 왈 " 짜장면 시켜먹을까"
기가 막힌다. 이러지 말아야지 싶은데 눈물이 앞을 가린다.  " 어---엉 엉 엉 !!!! "

낭구르 당황? 해서 세탁기에  가 보란다. 케잌 하나랑 작은 종이 쪽지가 있네
" 행복 상품권" 이란다. 하루종일 고민했다고..그래 그땐 한달 오만원이 용돈 이었던 오빠에게 뭘 바란다는게?? 불가능함을 알고는 있었지만..거참..암튼 ...앞으로 일년간 내가 원하는 열가지를 들어주마고..서럽고 미안해서 또 울었다..
그리고 " 내년엔 꼭 미역국 끓여줘야해.."

그리고 일년동안 난 두번정도 써먹었나 보다..

일년이 지난 오늘...
여느때와 똑같이 일어나 출근하고...난 좀 일찍 퇴근했다.
글쎄 요 몇일..연달아 싸랑한데이 문자 메세지를 날리고 있는 울 오빠...기억은 하겠지만은
글쎄 그때 당부했던 " 미역국과 찰밥" 은 이번에두 아니올시다 싶다...

잠시 나가 팥 이랑 오뚜기 즉석 미역국하나 샀다...
내 손으로 끓여 먹어야 하나?? 씁쓸하기 그지 없네 그려..그렇게라도 챙겨야지 싶다...

그리고 늦은 저녁....낭굴의 이벤트가 시작된다.

 흔히 이벤트라 함은 상대방을 깜짝 놀라게 하여 감동과 눈물과 또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다.
헌데..어째 울집의 이벤트는 그 목적 대상보다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의도한 스스로가 그 기발함에
감동하고 행복에 겨워하는지 모르겠다.

어젯 저녁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현관문을 연 나는 울 집 앞에 그저 행복에 충만해 ? 서 있는 "아담??" 을 본다..
( 내 고교 시절..뒷산에 나타나는 바바리 코트를 열어젖히는 사내들을 보고 우린 아담이라 불렀다..참고로 울 학교가 기독교 학교다 보니..)

" 찐..내가 말야..젤로 큰 케잌으로 샀거든..
근데..돈이 없어서...옷 다 맡기고 온거 있지.."

" 언능 소화전에 숨겨논 옷 입고와..괜히 구기지 말구.."

옥신각신..아주 쪼금 쪼금은 정말일까 싶을때..
낭구르는 자백과 함께..스스로 감동에 북 받친다..

" 언능 옷좀 가져와 ( 내 그럴줄 알았쥐) ....어때 멋찌지? 캬아..역쉬..얼마나 기발해..행복하지 ??"

거참..
내손으로 끓인 미역국과 찰밥을 뚝딱하고..
낭구르왈 " 내 손으로 미역국 끓여줄랬는데.."
" 아 그럼 미역은 어딨는데.."
" 케잌이 넘 커서 미역들 손이 없잖아.."
(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그리고 한조각 케잌을 만나게 먹는다....

어째...항상 내 생일은 사기?당한 기분인지..
어쨌거나..케잌과 함께 딸려온 곰 두마리로 쿨수마스 분위기도 함 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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