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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

미국에 사는 아빠들~

by 낭구르진 2010. 11. 7.

늘 특별한 것 없는 주말임에도 주말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살짝 행복해 지는 금요일 퇴근길에 아는 언니가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들끼리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자구요. 남편들끼리 밖에서 술 한잔을 하기로 했다네요. 이미 이곳에 오래 그리고 저보다는 먼저들 친한 관계들이라 사실 저희 남편이 그 자리에 선뜻 나갈 것 같지는 않았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언니네 집으로 갔습니다. 마침 금요일이라 저녁꺼리를 전혀 준비해 두지 않았답니다. 

오후에 종호를 치과에 데려가기 위해 사실 점심 먹기를 포기했던 터라 지글지글 불판위에 타고 있는 얇디 얇은 그리고 바삭한 삼겹살이 어찌나 맛이 있던지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해 지기도 했고 오랜만에 엄마들끼리의 수다 역시도 재미가 났더터라 남편은 그 순간 잊었답니다. 하지만 늦은 열시가 되었고 그 중에서는 제일 먼저 자리를 떠났습니다. 웬지 혼자 있을 남편이 혹시래도 삐쳐 있지는 않을까? 야식이래도 만들어줘야지 싶기도 했구요.

그리고 토요일 한글 학교가 있는 날입니다. 아이들을 드랍해 주고 엄마들은 30여분 거리의 쇼핑몰로 구경을 간답니다. 점심때를 지나 올수도 있다고 남편들이 픽업을 해야 한답니다. 원래는 같이 가기로 맘을 먹었으나 어제 저녁도 굶겼는데 막상 오늘 아침도 늦게 일어나 집에 먹을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라 이대로 아침, 점심까지 굶기게 만들기에는 살짝 맘이 약해 졌습니다. 때문에 안 가겠노라고 맘을 접었습니다. 그리고는 쇼핑을 좋아라 하는 남편과 근처 쇼핑몰을 살짝 돌고 아이들을 데리고 베트남 쌀국수를 먹고 왔답니다. 덕분에 느긋한 토요일 오후 밀린 드라마도 보고 벼르던 아이들 여름옷 정리까지 마무리를 했습니다. 물론 미련은 살짝 남았습니다. 같이 가서 신발이래도 하나 사 올껄~ 싶어서 말이죠.

 미국에 사는 한국 아빠들은 참으로 가정적이고 육아에 적극적입니다. 생활 패턴 자체가 한국에 사는 아빠들에 비해 바쁘지 않고 회식이란 자체도 거의 없고 딱히 친구라고 만나는 건 교회 혹은 아내 친구의 남편 정도이다 보니 주말에는 온전히 가족과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또한 대부분 이른 나이에 미국에 건너 왔기에 주위의 도움 없이 스스로 부부들끼리 육아와 살림을 해결 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더더욱 "같이" 하는것에 익숙하지 않나 ~ 혼자 생각해 봤답니다.

네 그렇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보수적인 경상도 남자인데 늦은 나이 미국에 넘어와 나름 외로운 생활을 버티고 있는 남편의 경우는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간이 큰 남편이기도 하답니다. 가끔은 다른 남편들 만큼 육아에 적극적이지 못해 속도 상하고 또 한편으로는 측은하기도 해서 때로는 남편 의지 때문에 혹은 제 의지 때문에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과의 약속(주로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외출을 해야 하는)을 지키지 못할 때가 있답니다.   

그럴때는...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직장 다닌다고 평일에도 많은 시간을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인데 주말 만이래도 같이 있어주자고 이렇게 엄마를 필요로 하는 것도 잠시 잠깐이라고 조금만 더 기다려도 늦지 않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