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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

새학기가 시작되다

by 낭구르진 2011. 9. 12.


그동안 여름방학을 마치고 급하게 휴가를 3박4일 다녀오고 종호는 2학년에 올라갔습니다.
갈수록 귀차니즘이 늘어나서 카메라에 있는 사진을 컴퓨터로 담아 내는것을 미루다 미루다 보니 이렇게 9월 중순에 접어 들었습니다. 아직은 놀려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캠프를 전전하며 놀기에 전념했었지만 한편으로는 잘 따라 갈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 첫 레터
학기가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났을까 선생님께 레터를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계속되는 지적에도 굴하지 않는 아들의 장난끼가 그중의 하나였고 그 보다 더 문제가 되는것이 체육시간을 마치고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간뒤 교실로 돌아가라고 하는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종호가 밖에서 혼자서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 표현을 빌리자면 "고의적인" 행동이였다고 했습니다. 가장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은 "안전"에 대한 문제이고 2학년이 되면 주위 상황을 보고 판단할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선생님과 친구들의 말을 존중할수 있도록 집에서 협조 및 지도해 달라는 내용이였습니다.

헉~ 했습니다.
2학년이 된지 몇일이나 되었다고 벌써 이렇게 레터를 받아야 하나? 싶기도 했었고 
믿었던? 아들에 대한 배신감도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내 아들을 너무 몰랐구나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모든게 다 내 책임인것 같아 맘이 불편했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레터의 어감이 웬지 지나친 감이 있어 솔직히 불쾌한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 아무래도 자식의 일이니 감정적이 되지 않을수 없나 봅니다.

 아들이 돌아왔을때 편지를 읽게 했습니다.
 선생님말을 안듣고 장난친 "고의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인정했고 두번째 체육시간이 끝난뒤의 "고의적"인 행동은 절대 아니라 합니다. 마음속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아들 앞에서 아들을 두둔할수는 없었기에 일단 선생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잘못과 절대 혼자서 놀지 말것등등..약속을 다짐하며 선생님께 "반성문"을 쓰게 했습니다. 그리고 게임과 tv도 일단 중단할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네가 억울하면 직접 선생님께 그건 고의가 아니였다고 말하라고 그런 변명을 엄마가 대신해 줄수는 없다 했습니다.

그리고 주윗분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오히려 주윗분들은 그렇게 자세하게 이메일을 적어주는 선생님의 배려?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도 했고 또 어떤분은 카운트를 하지 않고 교실로 들어간 선생님의 잘못을 지적해 주시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튀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한 변명을 하기에는 종호는 2학년이더군요.

종호말로는 1%, 20%,30% 정도로 향상 되었다고 합니다. 순전히 주관적인 지표이긴 하지만 믿는게 정신건강에 좋을듯해서 매일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 두번째 레터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또다시 레터가 왔습니다.

종호가 쉬는 시간에 줄넘기를 가지고 놀다가 줄넘기를 가지고 상대 친구를 둘렀나 보더군요. 레터의 내용은  선생님의 감독하에 있을때 규칙 지키는 것은 많이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선생님이 눈에 띄지 않는 오픈 공간에서도 놀이에 대한 현명한 선택을 할수 있게 집에서 지도 해 달라고 하더군요. 종호는 다음날 휴식 시간을 가질수 없었답니다.

첫번째 까지는 모르겠는데 두번째 레터를 받고 나서는 제가 혼란스러워 졌습니다.
물론 아들의 잘못입니다. 헌데 어느정도까지 간섭을 해야 하고 "지도"를 해야 하는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어느곳에서나 선생님이 있건 없건 모범생이 되어야 한다는게 선생님의 지도 방침이라는건지? 개인적으로 그렇다면 인생이 너무 재미 없을것 같았습니다.

미국이란 사회가 책임소재가 워낙 분명하고 소송이 많이 이루어져서 미리 대처하는게 아주 능숙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학교라는 공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걸 이제서야 조금씩 알겠습니다.

# 그리고 위로? 
답답한 맘에 아이 친구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저를 위로하던 그 엄마가 다음날 전화를 주더군요.
울 딸은 교장실에 불려가서 레터 받았다고..

한 남자아이가 쫒아 와서 그 아이에게 잡히지 않을려고 여자 화장실 한켠에 아이들이 들어갔고 공간이 좁아 한 아이가 변기위에 올라갔다가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에게 발칵!이 되었고 교장실로 불려갔답니다. 그 변기위에 아이가 내 딸이였다고 저를 위로합니다.

(종호에게 친구이야기를 해주니 자기도 교장실에 갈 뻔했다 합니다.
 선생님이 가야 한다는걸 다른 반에 가면 안되냐고 해서 다른반 끝자리에 앉아 있다 돌아왔다 하더군요)

미국에 처음 왔을때 교통 신호가 고장이 났을 경우 한번의 동요도 없이 시계방향?으로 차례 차례 순번을 기다리는걸 보고 감동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조금 알것 같습니다. 그 많은 부분이 어렸을때 부터 학습되어 진 것이구나. 




학교에서 올 한해 어떻게 학업이 진행되는지 소개하는 Family Night 에 다녀왔습니다. 
내가 종호의 엄마라고 얼굴 도장을 찍고 오긴 했습니다. 올 한해 잘 보낼수 있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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