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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4일간의 여행

by 낭구르진 2002. 9. 3.
어릴적 명절때만 되면 고향을 찾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20여분 거리에 큰댁을 두고 있었던 나로서는 명절 기분이 그다지 새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내 바램이 지금에서야 이루어진건지 ? 덕분에 이제서야 내 어릴적 철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도 ..약 몇년 간의 타지 생활덕분에 웬만한 장거리 여행은 자신이 생겨서 지난 주말 혼자 운전을 해서 부산에 다녀왔다. 집안의 대소사가 한번에 겹쳐서 이기도 했고 가족들이 보고 싶기도 했기에..

3 박 4일간의 여행....
아주 오랜만에 너무나 오랜만에 우리 시어머님이랑 밤새 새벽까지 수다를 떨고 ( 나나 어머님이나 10시만 되면 곯아 떨어지는데..) 아버님과 함께 나가 식사도 하고 구두 한켤레 사다 드리고...(어디가서 우리 며느리가 사주더라 자랑 하셔야 하는데..)

기다리던 아기..그것도 쌍둥이를 가져버린 울 큰언니도 보고 넉살좋은 울 둘째 언니랑..밀렸던 수다도 떨고..
내 사랑하는 조카들도 보고...엄마랑...아주 오랜만에 온천도 다녀오고...울 막내동생...학교까지 바래다 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울아빠..한테...인사드리고..
어렸기 때문에 철이 없었어 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내가 못해드린 것이 너무 많아서...그저 맘이 안 좋기만 하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집안의 " 가장" 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부담스러운 자리임을 깨닫고 나서...
" 죽음" 을 앞고 사람인란 얼마나 초조하고 불안할수 밖에 없는가를 깨닫고 나서는 ...이미 늦었었다...
엄마가 아버지를 충분히 원망할수 있는 건 아마도 엄마는 아빠에게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아빠 병상에서 몇번이나 밤을 새었는지 내 다섯손가락안에 꼽힐 정도로 아빠에게 너무 무심했던 나는...병실에서 아빠의 짜증이 싫었던 나는, 왜 하필 아버지가 가시느날 내 실속을 채우느라 면접을 보기 위해 그 자리를 비워야 했었던 나는.... 그저 미안한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다. 그 뿐인가...아빤 아픈데..언제 가실지도 모르는데...난 어학연수가 그렇게 가고 싶었었고...이런 나를 서운하게 생각하는 엄마가 난 철없게도 더 서운하게 느껴 졌었다. 그런 엄마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그때 감안 할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결국엔 아빠가 날 보내주었었다.

내 이 쓰린 마음 만큼 부모님들께 잘 해야지 하면서도...그래서 더...더...아버지께는 미안할 따름이다. 당신의 막내딸 잘 살고 있다고 걱정하시 마시라고....그리고 너무 죄송하다고...너무 철이 없었다고...이런 내 맘 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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