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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낭굴의 독백 -찐을 만나기전 어둡기만 했던 시절

by 낭구르진 2002. 9. 5.
나의 희망 .. 나의 빛.... 찌인....

하늘의 뜻으로 우리 '찐'을 만나기전의 제 모습이네여...

입사한지 얼마 안되어 기숙사에 살던 그시절 ...
뼈아픈 경험을 몇자 끄적거려, 동기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었던 글인데....오랜만에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워 이렇게 올려 봅니당....

함 보세여...


옛추억에 흐뭇한 Nangur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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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반쯤 퇴근해서 샤워하고

세면장에서 빨래하다가 오랜만에 장수를 만났다.

녀석에게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잠시후, 내 방으로 라면 한 봉지와 사과 한알을 들고 왔다.


휴게실에 들고가서 요리를 하려니 귀찮고 해서 갈등하고 있으려니 장수가 오랜만에 '뽀글이 (일명 '봉지라면', 군대갔다 온 놈은 다 안다.)

를 해먹자고 했다. 식수대에서 뜨거운 물을 라면 봉지에 받아 오니 녀석은 어느새 애인과 통화 중이었다.


뭐가 그리 좋은 지 키득키득거리며 전화를 하는 녀석을, 장성한 자식을 바라보는 애비의 심정으로 바라보며,

나 혼자 불어가는 뽀글이를 우그덕거리며 먹고 있으려니........ 이번에는 이대중이 방에 놀러오는 것 아닌가!!!


이 녀석도 뭐가 그리 좋은지 함박 안면 가득 행복의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와 무언가 보여주며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낭구씨! 이 사진 정말 잘 나왔지요?...'

자세히 보니 이대중과 심은하의 합성사진이었다. 그런데도 대중은 자기 애인과 스티커 사진을 찍었는데 너무 잘 나왔다며 진지하게

자랑하는 것이 아닌가 ??? 진실을 밝히고 싶었지만 그의 자존심이 상할까봐 참았다.


한편 남의 방, 그것도 노총각 방에와서 애인과 열렬히 통화중인 장수를 보며 대중과 나눈 대화를 잠시 적어보면...



키득키득....

'저 자식은 뭐가 저리 좋아...'

'낭구씨도 애인 생기면 알게 되요..... 그냥 둬요....'

푸하하하하

'저 자식 ! 저러다가 입이 찢어져 귀에 걸리는거 아냐??? 뭐가 그리 재미 있는지 물어 볼까??'

'지금 물어보면 낭구씨 입이 찢어 질껄요.... 쩝'



결국 난 한쪽에서 이어지는 먹던 뽀글이가 식도를 거슬러 올만큼 정겨운 전화 통화와....

다른 한쪽에서 심은하와의 합성 사진을 들여다 보며 싱글거리는 대중 사이에서 말없이 뽀글이만 우걱거리며 먹어야 했다.



이윽고 40여분이 지난 후 장수가 느끼한 목소리로 '사랑해.............'라는 대사를 읊조린 순간..........

난 죽고 싶었고.....대중도 뒤로 자빠져서 숨이 넘어가도록 웃어댔다.



바로 다음 순간 녀석(장수)의 안색이 변하길레....이유를 물어보니....

'사랑해' 라는 대사에 성의가 없었다고 애인이 삐져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며 울먹이는 것이 아닌가!!!!!!!!!!!


두 녀석을 돌려보내고 혼자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

마른 베개의 까칠한 감촉이 날 슬프게 했다.

설움이 왈칵 복받쳐 올라 왔다....

서른 하나의 밤은 길고 길었다....


' 우씽!!! 나쁜 놈들 왜 하필 애인없는 나 한테 와서 그러는거야!!!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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