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빠지다
유난히 바쁜 월요일 아침 종호가 늦장을 부립니다. 머리가 아프다며...
저 놈이 학교가기가 싫은 모양이다 싶어 일단 도시락이랑 제 출근 준비를 맞쳤답니다. 그리고 잔소리를 제대로 늘어놓을 기세로 아들넘에게 갔더니 표정이 심상치 않아 머리를 짚어 보니 열이 꽤 높았습니다.
열이 생각보다 높기도 했지만 열이 있다는 자체로 이미 학교는 갈수가 없습니다. 학교에 결석을 알리는 전화를 해야 하고 열이 있을 경우 콧물,기침,목통증 여부를 상세히 알려야 한답니다. 그리고 다시 등교할 때는 학교 오피스에 들러 열이 없음을 확인 받아야 한답니다.
일단 한국 소아과를 방문했습니다. 이미 이곳에서 친절한건 포기한지 오래고 아픈 아이들에게 대해서는 당일 예약을 받아준다는 이유로 그리고 무엇보다 의사소통이 편안하다는 이유로 다니고 있는 곳이랍니다. 딱히 눈의 띄는 병명을 찾아내지는 못했고 그저 감기려니 해서 항생제 처방을 받아 들고 약을 사서 집으로 갔습니다.
해열제를 먹이고서는 거실에 누워 계속 늘어져서 잠만 자고 있던 아이 였는데 고열로 열경기를 했습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너무 놀랬고 일단 아이를 욕조에 데리고 가서 물로 적셨지만 몇번이고 종호의 이름을 불렀지만 알아보지 못하더군요. 소아과에 전화를 해 보니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응급실로 가라더군요. 그새 종호는 의식은 돌아왔지만 몸은 탈진 상황이였습니다.
미국의 응급실은 응급실이 아닌듯...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몸도 마음도 급했습니다. 차를 몰고 근처 이름을 들어봤던 종합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달려가는 동안에도 초행길이라 응급실을 찾아가는 것도 더디게만 느껴지고 그냥 911 을 부를껄 그랬나? 싶은 후회도 들고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어쨌거나 무사히 도착했고 응급실 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갔습니다.
전 응급실이라고 들어가면 침대 병상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환자를 기다리듯이 간호사와 의사들이 달려나올 줄 알았습니다.
적어도 제가 방문해 봤던 한국의 응급실은 말그대로 응급한 상황임을 감지 할수 있을 만큼 모두들 바삐 움직였습니다.
접수 데스크와 의자가 있을 뿐이더군요. 접수를 하고 기다리랍니다.
아이를 안고 의자에 앉았습니다. 이름을 불러 들어가니 기본적인 걸 체크하더군요.
그리고 또 기다리랍니다.
다시 부르더니 응급실로 가자고 합니다.
네~ 종호를 안고 제가 걸어 들어갔습니다.
옷을 벗기고 병명을 검사했습니다.
결론은 감기라고... 집으로 가랍니다.
해열제 잘 먹이고 물 많이 마시랍니다.
검사를 하는 중간중간에 한 남자가 다가와 보험이 뭐며 빌이 얼마 나왔으니 현금으로 하겠느냐 카드로 하겠느냐를 묻더니 결제를 마칩니다. 흠..누가 돈 안내고 도망이라고 갈것 같은 의심을 받는 기분이랄까?
검사하는 3-4 시간 동안 열은 떨어지고 종호의 상태는 한결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3 일동안 줄곧 집에서 쉬면서 오늘은 학교를 보내고 왔습니다.
이런저런 생각...
종호를 응급실로 데리고 가는 순간에..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맘 놓고 내가 이러니 와서 좀 도와달라고 부탁할수 있는 가족이 없다는 것도 서글퍼 지고..
물론 결국은 남편이죠. 응급실에 도착해서 남편에게 전화를 하면서...눈물이 나더라구요.
남편도 놀랬지요. 열 감기 때문에 집에 있던 아들이 갑자기 응급실을 찾아갔다고 하니..
헌데 놀란 남편 역시도 할 수 있는건 일단 둘째를 픽업해서 집으로 가는 일인거죠.
또 한가지..좀 쓸쓸했던건요.
기력이 없는 종호는 생각보다 많이 무거웠습니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고 나서는 제가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 앉았습니다. 그 때 바로 앞 세단차에서 한국 아주머니 한분과 고등학생 즈음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나옵니다. 눈을 마주치고 나서도 덤덤하게 보고 그리고 올라가 버리더군요. 물론 제가 도와달라 소리쳐 본건 아니고 내 상황을 짐작할수 없었겠지만서도 그냥 화가 나더군요.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다짐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다는게 매일 감사해야 할 일중의 하나라는걸 또 한번 느끼면서 이렇게 또 한고비가 지나가나 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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