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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

산타아빠

by 낭구르진 2012. 1. 14.

돌이켜보면 지난 연말은 정말 조용하게 가족 온리로 보냈다.

11월 말 땡스기빙을 시점으로 하우스들은 크리스마스 장식에 그리고 상점들은 연말 대박 세일을 준비하고 또 일반인?들은 크리스마스 준비로 분주하다. 최대 명절인듯 하다.

남편은 연말 여행이라도 가자고 했다. 헌데 하는 일의 특성상 연말이 바쁘다. 여행이란게 무작정 떠나면야 좋겠지만 가격대 성능비 따져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또 성격상(여행에 대해서만) 일주일은 고시 공부하듯 올인해 줘야 한다.그럴 여유도 없었고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더 앞섰다. 결국 지난해에는 눈 구경 한번 못하고 말았네.

결과적으로 과하게 쉬어 줬다. 마지막 몇일은 폭파 직전에 도달하기도 했다.
딱히 이벤트가 있었다면 아이들이 굳건하게 믿고 있는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준비하는게 나름 재미 있었다. 웬지 모르지만 둘째는 산타 아빠라고 부르고 있다.

가끔 내 어릴적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데 기대 이상으로 아이들이 좋아라 한다. 안타깝게 난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것에 지나치리 만큼 재주가 없다. 그 와중에도 기억하는 한가지는 쵸코파이 !!  철마다 절을 찾는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한 엄마와는 반대로 나름 서프라이즈 선물을 가끔 사가지고 오셨던 아빠가 크리스마스 이브 우리가 잠든 머리 맡에 쵸코파이를 놔 두셨다. 물론 산타가 아니라는걸 알고는 있었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발견한 것 만으로도 행복했었다. 그렇게 나에게는 컸던 쵸코파이인데 종호는 초코파이를 받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요즈음은 몇 살정도 까지 산타를 믿는지 모르겠다. 우리 조카들을 보면 초등 2,3 학년에 이미 알아버린것도 같은데 종호는 여전히 믿는듯 하다. 미리 핫딜로 잡은 레고가 있는데 이 넘은 포켓몬 카드가 좋단다. 그런 아이를 잡아두고 레고가 좋지 않겠냐고 그 레고 사진을 보여주면 아빠는 친절히 설명까지 해주는데 혹 종호가 눈치 채 버린건 아닐까? 걱정했다. 

헌데 아들은 자기전에 부스럭 부스럭 쿠키를 꺼내둔다.
 
"뭐해?"
"산타할버지 오면 먹어야지"
" 그건 또 어디서 본거야?"

자다 말고 새벽에 일어나 몰래 선물 포장하고 머리맡에 놔두고
쿠키 한 입 베어 물어 줬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발견한 먹다남은 쿠키한조각을 보더니 종호는 물었다.

" 아빠가 먹었어요?"
--> 아니
" 엄마가 먹었어?" (--> 요 넘이 나한테는 존댓말을 안 쓴다 ㅠㅠ)
--> 아니

딱히 치밀하거나 집요한 성격은 아니라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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