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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

긍정의 힘

by 낭구르진 2014. 9. 22.

직장을 다니다 보니 몸으로 할수 있는 발론티어가 쉽지 않아서 주로 음식이나 다른 걸로 도네이션하는 방법을 택하다가 작년부터는 시험지를 체점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작년만 해도 간단하게 받아쓰기 테스트 정도여서 딱히 기준?이란게 필요가 없었다.

올해도 하게 되면서 선생님이 보내온 주의사항에 나름 작은 감동을 받게 된다.

- 빨.간.펜. 을 절대 사용하지 말것 

- 틀린 표시를 과하게 표시하지 말것

- 반복되는 실수에 대해서는 한번의 수정이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시험지를 받아든 학생이 시험지를 보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한다.

그래서 받아든 첫 시험지가 안타깝게 영어다. 간단하게 답이 나오는 스펠링 테스트야 체점하기 쉽지만 주관식으로 주어와 서술어를 구분하기 위한 문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험지는 잛은 내 영어 실력을 테스트하게 만들었다. 혹시나 내가 실수를 할까 싶은 걱정에 내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어서 혹시나 선생님의 체점기준에 미달?되는 결과를 초래할까 걱정되오니 영어 이외의 것으로 달라 당부를 했다. 아니 사실 그 당부를 보내기도 전에 이미 종호가 우리 엄마가 영어를 힘들어 하더라고 말을 전해버려 다음날은 모범?답안지와 함께 수학과 과학 (주관식, 오 ~~ 노노)으로 들고 왔다.

 나눗셈의 경우 16 문제 가운데 6 문제를 풀고 하나를 틀렸으면  5/16 이 아니라 5/6로 표시해 달란다. 틀린 문제 표시는 작은 x 마크로 ~

모범 체점 시험지

 

 이런 작은 배려가 학생들에게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은분명하다.

미국와서 느끼는 거지만 영어는 칭찬에 익숙한 단어가 참 많다. Awesome, Wonderful, Great.....등등등. 표현 자체도 좀더 긍정적인 표현들이 많다. 가령 둘째가 유치원에서 뭔가를 잘못? 했다면 선생님은 선택이 잘 못되었다는 표현보다는 Better Choice 더 나은 선택을 하라고 가르친다.

지난 여름에 휴가를 가서 만난 아이들이 있다. 공연을 보느라 우리 애들과 그집 애들이 자리를 미리 잡고 그 쪽 부모를 기다리는데 그 쪽 부모가 너무 늦게 나타나서 그 집 둘째가 맘을 졸였다. 엄마가 나타나자 마자 아이가 하는 말이 Mom, I miss you so much 란다. 글쎄 나 같으면 왜 이렇게 늦게 나타나느냐고 탓을 먼저 했을텐데... 웬지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해 졌다. 지나치게 인내심도 없고 변덕스러운 엄마를 만난 사실에..

암튼 여기서는 뭐를 배워도 뭐든 잘한다 잘한다 부터 듣다 보니 지나치게 나같은 스타일?의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 첫애 같은 경우도 피아노를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된 한국분에게 배우다가 그 분의 꼼꼼함은 좋으나 진도가 늦은 것에 대한 답답함이 아이한테 고스란히 전달되어 결국 6개월 하다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에 둘째를 수영팀에 조인하게 하기 위해 테스트를 봤었다. 싫다는 애를 끌고 간 경우라 (어떻게 해서든 라이드를 줄여보고자 하는 욕심에 ~) 결과가 좀 잘 나왔으면 했건만 레슨을 더 받고 오라는 말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지적"만을 받았다. 그 지적을 고스란히 애가 다 듣고 있는데 기분이 상했다. 노력한 아이에 대한 칭찬을 먼저하고 좀더 나이스한 지적을 해 줬더라면 좋았을 것을....

암튼, 긍정의 힘이란 그런거다. 똑같은 것을 해도 기분좋게 해낼수 있게 만드는것!

그걸 알면서도 매번 피아노 연습할때 둘째를 울게 만드는 나도 아이러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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