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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울엄마

by 낭구르진 2002. 12. 6.
기분이 울적해서 오늘 아침 엄마한테 전화했다.
잘 사냐고...난 요즘 우울하다고....
근데 엄마한테 혼났다...
무쟈게...

" 으이고 지나야...
니가 인생을 뭘 알겠노?
엄마 이나이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인생 굴곡이 얼마나 많았는데..
젤로 걱정 없겠구만 무쉰..."


오빠가 아팠다. 일주일 동안 5 킬로 그램이나 빠져 버렸다.
그 빵빵하던 배도 들어가 버렸고 밥 한공기 뚝딱에 똘이장군 햄까지 꼬박 간식을 챙겨 먹던 오빠가 밥 반공기를 겨우 비운다.
그럴수록 잘 챙겨먹고 그래야 기운이 나는데..
우쓍....

엄마가 그런다.
아플때 잘해줘야지..
내 느그 아빠 그 몇년간 아픈데...
그 짜증...다 받아내고...(울 아빠 장난 아니었음)
내가 조금만 참으면 그게 내가 이기느거 아이가...
사람 아플때 잘해 줘야...
특히 니는 기분 나쁠때 그 표정 얼굴에 다 드러나느거 알제?
쯧쯧..."

찐: 요즘 몸이 찌뿌둥한게 여엉 안좋다.

엄마:  " 참..젊은 니가 뭐 아프다고..
느그 엄마는 딸 많이 나았다고 ...
몇번을 딸이라고 유산하고
집에 와서 바로 일하고...
그래서 지금 팔다리가 아파도..
내 정신력으로 살았다 아이가....
내 하루에 등산 몇 시간씩 하고 느그 언니집까지 걸어서 왔다 갔다 하는것도
다 정신력이다 아이가..
무신 젊은 애가.. 쯧쯧

엄마 : 니는 니가 좋아서 한 결혼이고..
내 아무리 뭐라해도 니가 젤로 걱정 안된다.

엄마 : 무쉰 젊은 사람이 아프다고 5 킬로나 빠지노..
오늘 나가서 둘이서 외식하고...
뭐 먹고 싶은거 없냐고...쫌 물어도 보고...
그래라...

엄마의 인생에 녹아 있는 진리를 예전에는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어린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도 못했었는데...
서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한 중년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그 어떤 소설에서 영화에서 보는 화려한 대사보다
더 와 닿는다.
지금이 우리 둘 인생에서 더 없이 행복할때라고..아무런 굴곡이 느껴지지 않을때라고.

.............


오늘 아침은 ....내게 이런 잔소리를 해줄수 있는 유일한 우리 엄마와 김장 해놨다고 보내주겠다고 낭구는 괜찮아 졌나고 전화해 주신 넘 좋으신 울 시엄니때문에..참으로...흐뭇하다고 해야 하나...안쓰럽다고 해야 하나...미안하고 죄송스럽나도 해야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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