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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

Can you be my friend ?

by 낭구르진 2010. 12. 11.

현재 종호가 다니는 에프터 스쿨에서는 종호를 학교 마치는 시간에 픽업을 해서 제가 퇴근할때까지 맡아주고 있습니다.

한동안 종호 숙제를 에프터스쿨에서 말끔하게 잘 해오고 있어서 내심 편했습니다.
어쩌다 수학문제를 제가 봐 주게 되었습니다. 서술형 문제였고 절반은 이미 답을 적어 놓은 상태였기에 어떻게 그 답이 나왔는지를 물었습니다. .헌데 하는 말이

"몰라 ~ 그냥 선생님이 적으라고 해서 적었어"

뚜~둥 !! 마치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랄까? 이건 아닌데 싶은거였습니다.
실력이 모자라서 혹은 영어가 이해가 안되어서 답을 몰랐다면 그냥 비워두는게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원장을 비롯한 선생님들이 중국사람들이라 웬지 아시아 학교의 주입식 교육이 떠오르면서 생각이 자꾸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더니 다른 에프터스쿨로 보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학교에 붙은 에프터스쿨을 보냈어야 했었을까? 싶기도 하고 머릿속에 이런 저런 생각으로 복잡한 상황이였고 학교 에프터스쿨도 종호와 같이 다녀왔습니다. 한국 교육에 익숙한 제 눈에는 협소한 장소에 한쪽에서는 피아노를 치고 한쪽에서는 그림을 그리고 또 한쪽에서는 간식준비를 하는 모습이 어색해 보였습니다. 자유롭게 놀리는 것일 텐데 웬지 제대로 된 책상이 있어야만 할것 같고 최소한 피아노는 좀 자제 시키는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머릿속이 복잡해 졌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종호가 그러더군요.

"엄마 ~ 엄마는 친구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나는 cade 한테도 Can you be my friend 라고 물어봤었는데 
cade 가 오케이해서 친구된거야"

"그럼 어떤친구는 싫다고 한 친구도 있었어?"

" 그럼 있지..그럼 feeling hurt 하지. 그리고 anjulie 한테도 Can you be my friend ?" 라고 해서 친구했어"

그래서 지금은 그 cade란 친구와 anjulie 가 종호의 베스트프랜이 되었습니다.

맘이 짠해 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보니 종호가 이 에프터스쿨에 오고 나서 한 동안은 친구만들기로 혼자만의 적응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한국아이는 혼자였었고  같은반에 이미 먼저 다니고 있었던 두 중국 남자아이가 단짝이였나 봅니다. 처음에는 두 아이중에 한 아이가 먼저 가면 나머지 한 아이가 종호와 놀아줬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몇주가 지나더니 그 틈새를 나름 잘 끼어 들었는지 이제는 제법 셋이서 어울려서 놀고 이제 friend 가 되었답니다. 그리고는 그 친구들은 baby 같다고 같이 안 놀아주면 울어버린답니다.

좀 느긋한 성격이고 어딜가나 장난끼가 심해서 잘 어울리면서 놀겠지라고 막연히 덮어두고 믿었는데
나름 자기만의 거리조절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겊으로는 나이 이상으로 남자아이 아니 아저씨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는 아이인데 내면은 사실 둘째 정현이보다 더 여리고 아기같은 구석이 있는 아이입니다. 때문에 소심하다고 난 생각 하고 있었는데 나름 친구들에게 can you be my friend 라고 물어볼수 있는 용기에 좀 놀라기도 했습니다.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고서는 맘이 조금 편해지기도 했고 아이들 말을 100% 다 믿을수 있는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같이 어울릴수 있는 친구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상황이라 에프터스쿨에 대한 근심은 접어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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